국내여행/걸어서 전국일주

걸어서 해남땅끝까지 4 일차/이세상이 아니네~

바람의시님 2020. 3. 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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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

 

 

북일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기사식당에 왔다.

물론 어제와 같은 백반이지만 오늘 아침엔 미역국에 생굴이 나왔다.

많이 걸어야 되니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오늘도 하루를 시작해 본다.

 

 

북일기사식당 백반 (아침식사)

 

"    우와~~ 생굴이다   "

 

 

북일면 동네길

 

우리가 묵은 북일면은 강진과 해남의 경계선에 있는 곳으로 해남에 속해있다.

 

 

북일면 어느 숲길

 

 

안전을 위해서 될 수 있으면 차가 다니는 도로는 피하고 자전거길이나 걸을 수 있는 길을 찾아다닌다.

주로 카카오맵 보고 가다 보면 마을 동네를 걷다가 갑자기 길이 사라지거나 아님 길이 없거나 해서 헤매다가

종종 되돌아 나오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정수사 입구

 

그러다가 멀리 두륜산을 뒤로하고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서있는 정수사가 보인다.

 

 

정수사

 

우리가 정수사 앞마당을 기웃거리니 스님이 나오셔서 '어떻게 오셨냐' 하신다.

해남까지 가는 도보여행자라 하니 들어와서 차나 한잔 하고 가시라 하신다.

스님의 인생살이와 덕담을 들으며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응봉산 고갯길 백도로

 

큰길이 나와서 당분간은 차조심하면서 걸어가야 한다.  아무리 차량이 적다고 해도 지방도로로 걷는 건 위험하다. 

논이나 밭이 있는 곳은 경운기가 다닐 수 있게 논둑길이 정비가 돼있어서 걸어 다니기 안전하지만 이렇게 산이 있는

고갯길을 넘어가야 하는 경우에는 중간중간 마을길이 끊기기가 일수라... 결국은 도로로 나와서 걸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잔뜩 긴장하고 걸어간다.

 

해남 북평면 어느 배추밭

 

고갯길을 넘어 평평한 배추 밭길 옆을 걸으니 너무 좋다.

1월인데 배추라니... 아마도 봄에 출하할 배추를 심은 거겠지? 싶다.

 

 

동해천 속 가지런한 돌무리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니 실개천이 바다로 향한다. 우린 실개천 길을 따라 해안가 쪽으로 다시 걸어가기로 했다.

확실히 청정지역이라 그런지 개천 물도 너무 맑고 송사리가 노는 게 다 보이고 개천 바닥을 큰 돌로 깔아놓은 건지

이점도 좀 색다르게 보인다. 

 

 

공룡이 있는 동해저수지

 

저 멀리 공룡 두 마리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형 벽화가 눈에 띈다. 

뭔가 봤더니 산에서 내려온 물을 가두어놓은 댐으로 동해 저수지이고 동해천에 흐르는 물이 동해 저수지에서 

남해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

 

 

남해 오산리 어딘가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데로 먹고 싶을 때 먹고, 가고 싶은 데 갈 수 있고, 걷다가 예쁜 곳이

나오면 쉬다가 가거나 아님 며칠씩도 한 곳에 머물다가 가기도 하고 해서 너무 좋다.

하지만 말 수가 적어지거나 너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드는 게 단점이라면 이번 여행은 생각보다 동생이 잘 걸어줘서

너무나 고맙고, 천천히 걸으면서 대화를 통해서 미처 몰랐던 서로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거 같다.

 

 

"    잘 걸어줘서 고마워     "

 

 

넝쿨이 집어삼킨 나무

 

마을 어귀에 넝쿨이 나무를 칭칭 감싸서 집어삼킨 게 저러다 나무가 죽지 싶다.

넝쿨을 제거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바다가 보이는 불무당길

 

저기 멀리 완도와 연결된 다리가 보인다. 해남 남창에서 저 다리를 건너면 완도이다.

잠시 이곳에서 완도를 갈 것인지 고민을 하다 계획대로 해남 땅끝마을로 가기로 하고 남쪽으로 걸어간다.

 

 

해남 남창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가본 곳 중에 강진 다음으로 제일 큰 동네인 거 같다. 슈퍼도 많고 식당도 많다.

며칠을 선택권 박탈로 주는 데로 먹는 메뉴만 보다가 많은 식당을 보니 갑자기 뇌 회로가 멈춘 듯 결정적 장애가 와서

도대체가 고를 수가 없다.  읍내로 들어가니 호떡집이 보인다...

동생이 일단 호떡이나 먹고 생각하자고 해서 들어가 호떡을 먹으니 아주머니와 아저씨, 그리고 마실 온 동네분들이

모여서 우리에게 잘 곳은 있냐고 물으신다.  그리고는 '우리 집 가서 자면 되겠네 ' 하신다...

듣고 보니 펜션 사장님 부부~ 겨울이라서 알바 차 호떡가게 하신다고...

 

 

"       우리 집 가서 자면 되겠네      "

 

땅끝해변펜션

 

그런데 우리가 오늘 걸어서 갈 목적지보다 더 많이 걸어야 되고 땅끝에서 가까운 곳이라 고민을 했다.

결국 우리는 남은 걸을 거리를 포기하고 사장님 차를 타고 편하게 펜션에 오는 걸 택했으며 그리하여

숙소를 찾아 헤매는 수고를 덜었다.  이것도 엄청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땅끝해변펜션에서 바라본 석양

 

어느새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면서 바다 저 멀리 땅끝 전망대에 드리워진 노을이 너무나 아름답다.

마치 이 세상이 아닌듯한 착각에 한참을 홀려서 석양을 바라본다.

 

 

땅끝해변펜션에서 바라본 석양

 

오래간만에 펜션에 온 손님이라서 그런지는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호떡 사 먹으면서 생긴 인연이

펜션 사장님과 호떡집 사모님 (부부임)은 우리를 친척인양 환영하며 맞아주셨다.

 

 

완도의 신선한 홍어회

 

마실 오신 동생분은 그 귀한 홍어회완도에서 공수해오시고 펜션 사장님의 콜렉터중 하나인 양주가 나오고,

금방 뚝딱거리면서 돼지 두루치기 김치 두부를 내 오신 사모님 ~ 너무 맛있습니다.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홍어회는 우리가 생각한 삭힌 홍어가 아닌 신선 그 자체였다.

펜션 사장님, 사모님의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정을 또 느끼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엄마분식(호떡집) : 전남 해남군 북평면 볼무당길 2 / 061.534.3302

땅끝해변 펜션 :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해안로 2834 / 061.534.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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